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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 미술

미술] 김민진 `풀섶에 머문 시선` 2022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 아트in대구, 오픈리그 2부

조진향 기자 입력 2022.03.28 11:35 수정 2022.04.06 12:45

2022. 3. 1.~ 3. 12. 9전시실


맑고 풋풋한 바람이 불어왔다. 매일 보며 지나치던 길가의 풀들이 캔버스 위에서 살아난다. 스치는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조각이 그림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흘러내릴 듯 말 듯 풀잎 위에서 반짝이는 이슬이 투명하다. 어떠한 보석도 이처럼 맑고 영롱한 빛을 선물하지는 못하리라. 새벽의 상큼하고 찬 공기가 폐 속 깊숙이 스민다. 싸하고 눅눅한 풀잎 냄새, 머릿속 세포가 반짝 일어선다. 


달큼하고 싱싱한 토끼풀 사이로 빨간 무당벌레 두 마리가 꼬물댄다. 발길을 돌리자 개망초 꽃무더기 위로 노랑나비 두 마리의 날개에서 가볍고 보드라운 꽃가루가 흩날린다. 강아지풀의 복슬복슬한 꽃술 끄트머리에 맺힌 잘디잔 이슬방울이 풀숲을 마구 쏘다니는 강아지의 털에 잔뜩 묻은 이슬방울 같다. 


김민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문득 돌아 보고픈 순간이 아닐까. '풀섶에 머문 시선'  


초록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연초록부터 검은색에 가까운 초록까지 수없이 많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김민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눈이 피곤할 때 푸른 나뭇잎을 보면 시원하고 편안하듯 그녀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 그랬다. 


그녀에게 이 느낌을 전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그림이 좋았고 그 느낌이 이러했다고 작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본 건 김민진 작가가 처음이었다. 바쁜 시간일 텐데 전혀 개의치 않고 전화를 받아주던 그녀.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느낌이 불쑥 올라왔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리다가 친구가 그린 그림을 보고 주눅이 들어 그림을 포기해버린 이야기를 했더니 안타까워하면서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린 그림이 없다며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격려해 줬다. 


그녀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상을 마음껏 표현하고, 또 거기에 몰입하고,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 꽤 오랜 시간과 녹록지 않은 수고를 즐기는 거 같았다. 그녀와의 대화가 마음속에 맴돈다. 이른 아침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스케치하러 나서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가의 말

풀섶에 머문 시선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풀섶은 나의 시선이 멈추는 곳곳이 아름다웠다.
풀잎, 이슬, 햇살, 바람, 들꽃...
풀잎이 누워 춤을 추면 난 바람을 본다.
그 바람은 나를 설레게 한다.
부드러운 아침햇살 한 줄기에 반짝이는 영롱한 아침이슬은 마음조차 맑게하고
숨 쉬고 있으매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푸름을 풀어 낸 풀들과 들판에서 생명이 잉태된 자연이 그림의 재료가 되어
가슴으로 느끼고 색과 형태를 머리로 구체화시켜 평면 위에 표현한다.
그 화폭에선 시원한 풀향이 난다.

풀들의 왕성하고 강인한 생명력과 보석처럼 영롱한 자연의 생명수 아침이슬을
평면 위에 담은 작품을 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초록 에너지를 받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다.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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