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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책 이야기

넥서스, 유발 하라리

조진향 기자 입력 2025.10.03 15:47 수정 2025.10.10 11:59




넥서스 
석시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24.

현실을 이해하려면 역사를 보라는 말이 있지요. 이 책에서는 인간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통사적으로 알려주면서 AI가 인간의 지능과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과연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하고 미래를 위해 어떤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사서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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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위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만이 권력의 정당한 원천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국민은 결코 단일한 실체가 아니며, 따라서 단일한 의사를 지닐 수 없다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모든 국민은 다양한 의견, 의사, 대표자를 지닌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다. 다수 집단을 포함해 어떤 집단도 다른 집단을 국민에서 배제할 권리가 없다. 이래서 민주주의를 대화라고 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려면 여러 정당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가 오직 하나뿐이라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그 하나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지시하게 된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국민의 힘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독재 정권을 수립하려고 한다. p205

스스로 국민의 대변자라고 주장하는 포퓰리스트들은 국민의 힘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극단으로 끌고 가서 전체주의자로 변모한다. 사실 민주주의는 정치 영역에서 권위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일 뿐 그 외의 영역에서는 권위의 다른 원천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민주주의에서 독립 언론, 법원, 대학은 다수의 의사에 반할 때조차도 진실을 보호하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자정 장치들이다.

포퓰리스트들은, 객관적 진실을 내세우며 이른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기관들을 의심한다. 그들은 진실 추구를 엘리트들이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갖기 위해 이용하는 연막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포퓰리스트들은 진실 추구에 회의적이며, 프롤로그에서 보았듯이 ‘권력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p206

결국 그들은 자신들에게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독립 기관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도용하려고 한다. 그 결과는, 세상은 정글이고 인간은 오직 권력에만 집착하는 존재라는 암울하고 냉소적인 세계관이다.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은 권력투쟁이고, 모든 기관은 구성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패거리 집단이다. 포퓰리스트들의 상상 속에서 법원은 정의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판사들의 특권을 보호할 뿐이다. 판사들이 정의를 자주 거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계략일 뿐이다. 신문사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신문들은 오히려 기자들과 그들에게 자금을 대는 비밀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려 사람들을 오도한다. 심지어 과학 기관조차 진실에 헌신하지 않는다. 생물학자, 기후학자, 전염병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수학자들은 모두 국민은 희생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또 다른 이익집단일 뿐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인간에 대한 꽤나 불쾌한 시각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이처럼 상호작용을 권력투쟁으로 환원하면 현실이 단순해져서 전쟁, 경제 위기, 자연재해 등 아무리 복잡한 사건도 쉽게 해석할 수 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심지어 팬데믹조차도 권력을 추구하는 엘리트의 문제로 귀결된다. 둘째, 포퓰리즘적 관점이 매력적인 이유는 때때로 맞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기관은 실제로 오류를 범하고 어느 정도 부패한다. 일부 판사는 뇌물을 받고, 일부 언론인은 의도적으로 대중을 오도한다. 학문 분야들도 편향이나 족벌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p207

이 때문에 모든 기관에는 자정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포퓰리스트들은 권력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법원이나 언론 매체, 또는 어떤 학문 분야가 진실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이 선거 결과, 법원의 판결, 언론 보도,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 시민들은 이런 기관들이 진실을 추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이 권력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 모든 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붕괴하며, 강력한 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물론 포퓰리즘이 강력한 권력자 본인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하면 전체주의가 아닌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p208

따라서 어떤 정보 네트워크가 얼마나 민주주의적인지는 선거가 정기적으로 실시되는가와 같은 단순한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다. 그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더 복잡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중앙정부가 선거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제도가 있는가?’ ‘주요 언론 매체가 정부를 어느 정도나 안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가?’ ‘중앙정부가 얼마나 많은 권한을 사유화하는가?’ ‘민주주의와 독재는 양극단이 아니라 연속체다. 한 네트워크가 이 연속체에서 민주주의에 더 가까운지 독재에 더 가까운지 판단하려면,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고, 무엇이 정치적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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