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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책 이야기

이애란 시집, 밤하늘의 주파수

조진향 기자 입력 2025.12.06 06:41 수정 2025.12.08 18:34


밤하늘의 주파수, 이애란 시집, 만인사, 2025. 만인시인선89.


 별이 떨어진다 잠이 오지 않는 밤하늘에 시간을 잃어버린 새가 날아간다 잠들지 못한 밤하늘에 둥지를 떠나버린 이제는 하늘로 옮긴 기지국의 주파수로 묻는다 그대, 공중으로 쏘아올린 꼬리 없는 불꽃이 되었는가 공중도 땅도 없는 그 어느 세계의 라인을 훨훨 타고 있는지 불현 들리는 소리

새와 별 다 잠들어도
나에게로 쉼없이 보내오는
밤하늘의 주파수
밤새 귀 기울인다
          '밤하늘의 주파수' 전문, 이애란 시

 며칠 전 어깨 수술을 해서 입원 중인 이애란 시인을 만났습니다. 올해 이 책 한 권을 엮어내기 위해 애쓰고 고른 시어들이 고스란히 스며든 이 시집을 건네주시더군요. 너무 자랑스럽고 기쁠텐데도 무덤덤하게 마치 때가 되어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나 고난이 이 시인을 얼마나 웅숭깊게 하는지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어깨의 통증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술의 흔적이 남겨진 모습 어디에도 아픔이나 고통은 스며나오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시집을 펼쳤습니다. 시어들이 자꾸만 튕겨 나갔습니다. 짧은 한 편의 시를 눈으로 보고 머리 속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이해하고 소화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장염 걸린 배를 앓듯 끙끙 앓았습니다. 왜 이렇게 낯설지? 무슨 말을 하려는건가?하며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봐도 너무나 낯선 시어들. 결국 시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전화가 왔습니다.

 어려워요 선생님.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시인은 "어렵지요? 깊이가 있는 글을 공감하기가. 이 깊이까지 내려와야 이해할 수 있어요." 처음엔 이 말이 시인의 오만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생각에 무슨 깊이가 있는가하고 의문이 들었지요. 그러나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와 해설을 듣자 아 생각의 깊이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을 오롯이 겪고 견뎌낸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시인은 자신에게 왔던 그 숱한 고난과 괴로움의 순간을 사금파리보다 더 귀하다고 했습니다. 그 모든 안료들이 섞여 지금의 자신이 되었고, 시어들에 색깔을 입히게 되었다고. 

 삶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죽고난 다음 좌절해서도 욕심내서도 안된다고요. 이 시어들에는 신과의 대화처럼 우주의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했습니다. 시인은 영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려운 세상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희망을 갖고 사세요. 이 세상이 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아듣는 사람은 시가 읽혀질 것입니다. 이 시는 100년 후를 생각하고 뒤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어요."라고.

생의 미련 슬쩍 남기고 싶다
하루 피었다가 스러져가는 꽃일지언정
그윽한 향기 남겨 그대 심장 뛰게 하고 싶다
기다림은 붉게 타오르다 사라지고
아쉬움은 다시 빛에 가닿기를 염원한다
                    '거미, 빛을 엮다' 중에서

 이애란 시인은 그 언젠가 영적인 체험을 4번 정도 했답니다. 하느님을 직접 체험했고 그 이후 영안이 떠졌다고요. 

 신이 사람에게 생을 줄 때는 반드시 해답처럼 시련 끝에 영적 보상이 따른다. (중략) 나는 살면서 4번 정도 직접 체험한 일인데 불현듯 신의 소리를 들은 적 있다. 그가 죽었을 때, 딸이 호주 시드니에서 교통사고 당했을 때, 집에서 혼자 기도할 때, 성지순례 길에서 십자가 예수님의 광휘를 보았을 때, 그리고 방언과 치유의 기도 속에서 듣게 되는 울림처럼 불현듯이 던져지는 것, 내가 우주의 운행에 설핏 끼어드는 느낌으로 부드럽고 경이로운 체험이 주어지는 것이다. 
                         시인의 산문 '체험적 시공간의 울림' 중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석 같구나. 그 사람이 겪어내고 견뎌낸 모든 것들이 보석이구나. 모두들 보석이구나. 이번 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생이 있구나. 이 우주 안의 작은 티끌일뿐인 나라는 존재가 결국 하나의 우주이고 우주가 나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이 생이 얼마나 감사한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고난이 올 때 그것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고 괴로움 속에 주저앉아 울고 화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요. 감사함으로 고마움으로 나를 이끄는 우주의 힘이 있음을, 그 힘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힘내자. 힘내보자. 우주가 나를 응원하는구나. 나를 지켜보는구나. 나를 지켜주는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축복에 가슴이 떨렸습니다. 당신도 평안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부디. 나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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