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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책 이야기

다시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항해,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조진향 기자 입력 2026.03.11 13:04 수정 2026.03.25 04:17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2017.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나면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배는 돛을 모두 펴고 전력을 다해 해안에서 멀어지려 한다. 그러면서 배를 고향으로 데려가려는 바로 그 바람과 맞서 싸우고, 또다시 거친 파도가 배를 때리는 망망대해로 나가려고 애쓴다. 피난처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위험 속에 뛰어든다. 배의 유일한 친구가 바로 배의 가장 고약한 원수인 것이다!

하지만 가장 숭고한 진리, 신처럼 가없고 무한한 진리는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바람이 불어가는 쪽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수치스럽게 그쪽으로 내던져지기보다는 사납게 으르렁대는 그 무한한 바다에서 죽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포경 밧줄은 복잡하게 둘둘 말리고 뒤틀리고 거의 모든 방향으로 꿈틀꿈틀 기어가면서 보트 전체를 뒤덮는다. 노잡이들은 모두 그처럼 위험하게 뒤엉킨 밧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육지 사람들의 겁먹은 눈에는 그들이 치명적인 독사를 꽃줄처럼 팔다리에 휘감고 있는 인도의 곡예사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의 아들로서 난생처음 이 복잡한 삼밧줄 틈에 앉아 열심히 노를 저을 때면, 언제 어느 때 작살이 발사되어 복잡하게 뒤엉킨 이 무서운 밧줄이 고리 모양의 번갯불처럼 작용할지 상상할 수 없고, 그래서 온몸의 골수가 뼛속에서 젤리처럼 흔들릴 만큼 부들부들 떨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습관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습관이 해낼 수 없는 일이 무엇인가? 여러분이 설령 잘 차려진 식탁에 앉아 있더라도, 반 인치 두께의 삼목재로 만든 포경 보트 위에서만큼 유쾌한 농담과 즐거운 웃음, 멋진 익살과 재치있는 답변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때 그들은 교수대 올가미에 매달려 있는 꼴이지만,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룬 선원들은 에드워드 왕 앞으로 나간 여섯 명의 칼레 시민처럼 저마다 목에 밧줄을 감은 채 죽음의 문턱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의 등뼈라 해도 마지막에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내 영혼의 배는 세 번째로 항해를 떠난다네. 스타벅
예, 선장님은 그걸 원하시지요.
어떤 배는 항구를 떠난 뒤 영영 행방불명이 된다네. 스타벅.
그건 사실입니다. 선장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어떤 자는 썰물에도 죽는다. 어떤 자는 얕은 물에도 빠져 죽고, 어떤 자는 홍수에도 죽는다. 나는 지금 가장 높은 물마루에 도달한 파도 같은 기분일세. 스타벅, 나는 이제 늙었네. 자, 우리 악수하세.
그들은 손을 맞잡고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스타벅의 눈물은 끈적끈적한 아교 같았다. 
오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귀하신 분이여, 가지 마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보세요. 용감한 사나이가 울고 있습니다 당신을 설득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보트를 내려라! 
에이해브는 항해사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선원들은 대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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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피쿼드 호에 승선해서 파도에 흔들리며 언제 내릴까를 조바심하며 보냈습니다. 언제 상어 아가리에 휩쓸려 들어갈까, 언제 폭풍우가 치는 파도에 내동댕이 쳐질까, 저 얽힌 밧줄에 휘감겨 저도모르게 바닷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인지를 몸을 떨며 전율했습니다. 이제 배가 항구에 닿았고 단단한 땅에 발을 딛습니다. 땅에 닿는 이 순간이 바람이 불어가는 쪽이 아니길. 돌아보니 피쿼드 호에 타고 있었을 때 진정 가슴이 뛰었노라 그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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