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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시.수필.소설

(1)김수상 시인 ‘시는 어디에서 인기척을 내는가’ 북토크 콘서트

조진향 기자 입력 2019.11.21 08:31 수정 2020.05.04 18:32


지난 11월 15일 고령도서관 대가야독서회의 제27회 가야의 향기 출판기념회에서 김수상 시인이 시를 쓰면서 경험한 이야기와 어떤 것이 시로 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했다.

시를 쓴다는 건 자기 공부다. 요가를 시작한 지 7개월쯤 됐는데 동작에서 힘을 빼야한다. 힘을 빼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글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그렇고. 시에서도 그렇다. 시에서는 잘난 척, 있는 척, 잰 척하는 부분에서 힘 빼기 작업인거 같다. 좋은 시의 대부분은 힘을 빼는 시점에서 오고 전적으로 자기 공부다. 자기 공부에서 시작해 좋다보니 이웃에게도 권하는 타자를 향한 공부로 나가야 한다.

좋은 문학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김수영 시인이 이야기한 온몸의 시학처럼 온몸으로 밀고 나간다는 의미다. 머리가 좋은 대학교수나 박사들이 시를 가장 잘 써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인식을 갱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시는 힘을 빼는 자리에서 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하나는 문학강의나 시창작 교실에 가면 ‘도무지 쓸게 없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고기반 물반처럼 몸 근처 50미터가 대부분 시의 소재들이다. 몸 가까이에서 먼저 취하고 그래도 안될 때는 대상과 사물을 가져와서 시를 쓰면 된다.

아주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빠져나오는 구멍은 뭔가 따갑고 삶을 뒤집을 수 있는 가슴 우리한 이야기로 빠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시들이 드문 시대여서 안타깝기도 하고 앞으로 그런 시들을 많이 써 주셨으면 한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시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리에는 시적인 게 별로 없는 거 같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꽃, 바람, 구름, 이슬 이런 아름다운 소재들을 갖고 시를 쓰면 아주 예쁜 시가 나올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파블로 네루다는 “내가 시에서 가지고 온 언어들의 대부분은 시장통, 뒷골목에서 주워온 언어들이다”고 했다. 고물상에 버려진 언어들, 구석지고 그늘지고 비천하고 불온한 자리에 있는 쓸모 없다고 버린 것들을 눈여겨 살펴 봐야한다. 그게 문학하는 사람의 태도, 견자로서의 태도다. 랭보는 16살에 견자론을 썼는데 견자가 되면 버려진 것을 잘 살펴 봐야한다. 제가 시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에서는 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 올 수 없는 그런 자리에서 발견해내는 것들이 시적 소재로 굉장히 좋은 소재들이다. 그런 자세로 시를 써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쓸모없는 것들이 사실은 가장 쓸모있는 것들이다.

버려진 것, 예를 들면 피카소는 버려진 안장을 주워 와서 황소라는 대작을 만들기도 했다. 그분은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가 시를 쓰는 일들은 잘난 척하면서 계속 뭔가 폼을 잡는 일들이 아니고 계속 힘을 빼면서 그런 부분들에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지식의 습기들을 빼내고 줄여나가면서 기존에 알던 인식들을 새롭게 하는, 자기 삶을 갱신시켜나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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