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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시.수필.소설

(2)김수상 시인 ‘시는 어디에서 인기척을 내는가’ 북토크 콘서트

조진향 기자 입력 2019.11.21 08:33 수정 2020.05.04 18:32


1편에 이어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역시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하는 행동이고, 거룩함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하는 것이 거룩한 것이다. 그래서 시에도 그리움이나 사랑, 이별 이런 눈에 잡히지 않는 말을 쓰면 아름다울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사랑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사랑, 이별, 아픔, 고통이라고 하지말고 그런 것을 드러내서 보여달라, 예쁜 말글을 쓰려 하지 말고 반대편으로 가면 어떻겠는가 생각해봤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능선을 보려고 하면 그 능선 바깥에서 봐야한다. 가까이서는 능선을 볼 수가 없다. 아름다움을 위한 것은 아름다움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것은 누추하고 천대받고 비천한 그런 자리다.

청강성이란 별은 아주 좋은 길방에 자리하는데 그별을 바라보려면 아주 반대편 흉방에서 바라봐야한다. 시인의 자리도 그런 자리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장 비천하고 천대받고 그늘진 곳, 억지로라도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려고 하는 자세, 내 삶이 행복하더라도 문학의 자세 만큼은 낮고 비천하고 그늘진 곳으로 들어가야 반대편에 있는 아름다움을 응시할 수 있다. 사실 시인의 태도이기도 하고 예술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정말 잊지 말아야할 자세다. 문장 하나를 잘 쓰고 덜 쓰고를 떠나 시인이 죽음 직전까지 간직해야할 자세다.
자세이야기를 하나 더 드리면 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 발음한 입술의 형태를 보존한다. 이게 얼마나 살 떨리는 이야기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라. 시나 사랑, 타자를 위한 희생을 생각한 사람들은 마지막에 사랑, 미안하다, 이런 말들을 그 마지막 형태의 입술에 보존한다.

오규원 시인의 유명한 시중에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가 있다. 시인이 밤시간 늦게 택시를 탔는데 너무 빠르게 운전하니까 잘못하면 죽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그 순간 무엇을 생각했냐면 아, 지금 내가 입고 있는 팬티가 더러울까 안 더러울까를 생각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실려 갔을때 나를 염한다고 내 팬티를 내렸을 때 내 팬티가 정갈하지 못하고 오물이라도 묻었으면 어떡하나 그런 게 사실 시인의 자세다.

좋은 시도 그렇고. 옛날 임금들이 행차하면 변복을 한다. 삼배옷을 입고 평민으로, 좋은 예술은 겉은 허접스럽고 평범한 언어들 같은데 곱씹고 다시 읽어보고 새김질하다보니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게 하는, 특히 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지점에 대해 시인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예술을 하는 분이라면 어떤 옷, 어떤 자세, 어떤 자리에 서야할 것인가를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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