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인연
윤정미
꽃같은 아들을 먼저 먼 여행 보낸 뒤 나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가 되었다. 마음이 답답할 때 페달을 밟고 콧노래를 부르며 달리다 보면 속이 뻥 뚫려 오뉴월 땡볕이 뜨거운 날에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평소 같으면 자전거 마니아들이 가득했을 자전거 도로지만 더위 때문인지 그날따라 나 혼자였다. 텅빈 자전거길을 천천히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몸에 태극기를 두른 남학생 한 명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 더위에 얼마나 덥고 힘들까 걱정이 되어 잠시 기다렸다가 가방에 있던 사과 한 개를 주며 인사를 건넸다.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가려고요. 20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싶어요."
먼저 떠난 아들 생각이 나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어진 나는 전화번호와 우리 집 위치를 알려주며 밥 먹으러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먼저 집으로 돌아온 나는 냉장고에서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꺼내 식사 준비를 했다. 텃밭에서 오이, 깻잎을 따서 참치김밥을 만들고 국수도 말았다.
어느덧 저녁 6시. 학생이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소식이 없었다. 쑥스러워 그냥 지나쳤나 보다 생각하고 상을 치우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아 학생 어디예요? 거기서 조금만 내려오면 우리 집이에요."
잠시 후 옷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학생이 멋쩍은지 주저주저하며 거실로 들어섰다. 발바닥에 물집이 터져 병원에 들러 치료부터 하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시원한 냉수 한 잔을 건네주고 곧바로 저녁상을 내왔다. 연신 "너무 맛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허겁지겁 먹는 학생을 보니 먼저 간 아들도 흐뭇해 할 것 같았다.
고봉 국수와 김밥이 비워질 때쯤 저녁놀도 식어가고 우리는 학생의 내일을 응원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길에서 만난 인연이 학생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작은 주춧돌이 되기를 빌어본다.
샘터 2022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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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미 경남 밀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전거 타기와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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