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정초 공필화 전시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성주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공필화는 중국 송대 직업 화가들이 그린 화풍으로 수묵기법(남종화)에 대비되는 화풍(북종화)으로 세필화라고도 하며, 기교가 있고 장식적인 그림을 지칭한다. 색을 여러번에 걸쳐 덧 채색해 주면서 밑색이 윗색과 어우러져 우러나오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필화는 선으로 만들어내는 형상이 기초이자 핵심이며, 선은 세밀하고 정제되어야하며, 엄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까지 명맥을 이어왔으며, 대표작으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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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부터 박희춘 회장과 이명희 지도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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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초 공필화 박희춘 회장과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공필화는 민화하고 어떻게 다른가?
☞ 민화는 허구적이고, 해학성이 있는 전통 그림이고, 공필화는 세밀하고 정교하게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그림이다. 민화는 시점이나 사물의 비례에 대한 제약없이 평면화해서 원근감이나 명암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지만, 공필화는 원근감과 명암을 살려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민화는 서너번 채색을 올리고, 마무리는 붓으로 테두리를 그리지만, 공필화는 마무리 테두리가 없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민화보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데 오래 걸린다.
하나의 잎을 그리기 위해 기본 5~60번 색을 올려야 한다. 처음에는 물만 붓으로 칠하고, 조금 연한 색부터 명도가 짙은 색으로 차츰 올린다. 연한 색감부터 디테일하게 칠한다. 단순한 그림도 3개월은 걸린다. 1~2주만에 완성되는게 아니고 계속 색을 덧입히는 작업이다.
☞ 처음 밑그림을 그린다. 사진이 있으면 사진을 원하는 크기에 맞게 복사하고 그 위에 한지를 놓고 세필로 본을 뜬다. 먼저 초안을 떠놓고 색을 찾아가야 된다.
채색은 작가 마음대로 올린다. 채색은 원래 사진과 달라도 상관없다. 이 그림은 원래 백목련인데 실수하는 바람에 버리기 아까워 독특한 작품을 해보려고 청색을 올렸다. 사실 청목련은 없다. 백목련 아니면 자목련이 있는데, 그림이니까 색다른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어 시도했고, 다들 좋다고 하셨다. 색 다르다고 선생님이 이번 전시회에 이 그림을 극구 추천하셔서 전시했다.
연꽃 가운데 보라색은 없다. 작가가 색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독특한 색을 넣기도 한다. 노랑이나 흰색도 낼 수 있다. 사실화이기는 하지만 작품을 마음껏 변형할 수 있다. 어떤 작가는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고, 잘못 그렸지만 이왕 망친거 한번 더 망쳐보자는 마음에서 그리다보니 다른 누구와도 다른,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뭔가 새로운 시도는 항상 실수로 시작한다. 실수를 만회하니까 더 좋은 그림이 나온다.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 됐다. 그러니 잘못해도 괜찮다.
또 먹의 농담에 따라 작품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선을 하나 그리는 것도 신중하게 그려야 한다. 다 그려놓고 잎맥 하나를 잘못 그리면 그림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초상화를 보면 수염이나 주름도 엄청 디테일하게 그린다. 그처럼 공필화는 새를 그려도 깃털의 선을 수없이 칠해서 하나하나를 살려서 그린다. 그래서 공필화를 그리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작업할 때 다들 돋보기를 쓰고 작업한다. 전시회 준비로 6개월에 걸쳐 작업하다보니 시력이 안 좋아지긴 한다. 작업하는 곳에 가보면 안경을 다들 끼고 작업하고, 집중해서 하다보니 조용한 절간 같다. 그림이 의도했던대로 안 되면 스스로는 안다. 내가 여기서 정신을 놓쳤구나를 알기 때문에 세밀하게 신경써야 한다.
☞ 색깔은 동양화 물감으로 중국에서 가져온 물감으로 한다. 선생님이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오셨다. 우리나라 수채화 물감은 색감이 안나고 탁하다. 종이도 중국에서 가져온 한지를 쓰는데 붓글씨를 쓰는 한지와는 다르다. 만져보면 느낌도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한지는 조금만 써도 번지거나 피어나고, 찢어지기도 하는데 이 종이는 그렇지 않다.
♣ 붓은 어떤 종류인가?
☞ 붓은 그냥 일반 붓하고는 다른, 그림 붓이 아니고 붓글씨 쓰는 아주 가는 붓, 세필로 하고, 굵은 붓을 가끔 쓰기도 한다. 대작을 그릴 때는 큰 붓을 쓰고, 세밀한 작업이 많기 때문에 주로 세필로 그린다.
♣ 이번 전시회는 어떤 의미가 있나?
☞ 그림 하나가 내 인생같다. 며칠만에 뚝딱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서 그림에 애착이 많이 간다. 정초 공필화는 초창기 멤버가 몇 분 있고, 올해 들어온 분들이 좀 많다. 그림이 힘들다보니 그리고 난 후 자기 만족도가 떨어지면 그만두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을 완성 못하고 그만두기도 한다. 현재 성주문화원에서 1년에 한번씩 수강 신청을 받아 수업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저변확대를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회원들이 애착을 가지고 계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첫걸음전이라 했고,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듯 오랜 시간 그리다보니 첫걸음 ‘마음을 그리다’로 정했다.
내년에는 두번째 걸음으로 할 생각이다. 포기하고 나간 분들이 후회하기도 하는데, 초창기 멤버 몇 분이 전시회에 오셔서 너무 아쉬워 하셨다. 그렇지만 다시 하기엔 자신이 없다고, 작업이 힘든 걸 알기 때문에 또 힘들기 싫다는 분도 있다. 이번 전시회엔 15명의 회원 작품 서른여점과 지도 선생님의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선생님 화실에서 6개월간 회원들이 합숙하다시피 그림을 그렸다.
♣공필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 공필화는 일년이 지나면 색이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군데군데 물맛을 들이기에 따라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색깔이 달라진다. 오늘 보는 그림과 내년에 보는 그림이 또 다르다. 똑같은 그림인데도 오묘한 맛이 있다.
♣ 공초 공필화는 어떤 단체인가?
☞ 공초 공필화는 시작한 지 3년째로 올해 첫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회원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 대부분이 공직자나 교육자로 정년퇴직한 분들이 많다.
♣이명희 중국화(공필화) 강사 소개.
☞ 이명희 강사는 대구가톨릭대 미술대학 동양화를 졸업하고, 단국대 미술대학원 동양화를 졸업했다. 중국 광동성 혜주대학교 중국화과(공필화)를 수료했다. 11회 대한민국 새하얀미술대전 미술인상 수상, 대한민국 새하얀미술대전 초대작가로 개인전 3회(서울, 성주), 성주문화예술회관 공필화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성주문화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2시간 중국화(공필화)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