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지친 생명체들이
시사각각의 색깔을 내면서
제자리에 내려 앉는다
빨강단풍이 자갈 위에 구르고
쑥부쟁이 고운 빛은
청아한 하늘을 품었다
연노랑 은행잎이
긴 여행을 떠나는 시간
풍만한 가을 자리에서
나는 그저
흙으로 베를 짜고 있다.
- 강종말 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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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게 패인 선은 힘들고 아픈 어느 하루다. 섬세한 문양은 배려와 사랑이 녹아든 충만한 어느 날이고, 거친 질감과 갈라진 틈은 거칠어진 손과 주름, 폭포수처럼 흘러넘치던 감정들이 흘러가버린 시냇가다. 건너 언덕에 피어난 한송이 꽃이 곱다. 덧대서 못질한 자국도, 손때가 묻어 낡고 투박한 손길도 자연스럽다. 꾸미지 않고 솔직하다.
강종말 작가의 7번째 개인전이 11월 14일부터 19일까지 칠곡군민회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11월 14일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픈식을 가졌다.
강종말 작가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 1년 전 전시를 기획하고 틈틈이 준비하면서 체험이 많아 밤잠을 반납하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제 작품은 어떤 문양이 새겨졌거나, 갈라진듯한 느낌이 있는데 삶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흙을 방망이로 내리쳐서 평평하게 편 뒤 거기에 나이테,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그렸습니다. 땅바닥에 내려치면 손등처럼 낱낱이 흙이 갈라지는데 정말 갖고싶은 부분을 살려 도자기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어쩌면 도자기의 결마다 있는 색상과 문양들은 즐겁고 슬픈 저의 인생을 그려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살다보니 침침하고 어두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빛으로 태어나는 시간이 있더군요. 그 시간이 바로 현재인 거 같습니다. 올해는 파란색이 좀 많이 들어갔는데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표현한 것입니다. 청화백자 기법을 조금 다르게 창안한 기법을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도자기는 1270도 정도의 뜨거운 불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작품으로 살아남습니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깨버려야 합니다. 불보다 더 뜨겁게 태어난 작품을 보시고, 이런 과정을 거쳤구나하고 감상하시면 작품을 좀 더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저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 가족들과 이형수 칠곡문화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하고 말했다.
이형수 칠곡문화원장은 “칠곡문화예술한마당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전시회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개인 전시회를 준비하기까지 힘셨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작품이 특이하고, 관내에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만 해도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이런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며, 관람회 기간동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기 바라고, 왕성한 활동으로 더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기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번 전시회는 꽃그릇, 흔적, 빛 세가지 컨셉으로 작업했다. 특별히 이번엔 조명이 들어갔다. 동과 투명유, 소금, 코발트와 안료들을 여러가지 순서로 테스트한 결과, 작품이 은은하게 빛을 낸다. 한지의 두께로 밝기를 조절하고 아름다운 선을 표현했다. 평소 작가가 즐겨 그리는 단순하면서 한국적인 그림들을 활용했다. 반면 현대적인 문양도 있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작업방식을 가르쳐준다. 어떤 재료를 썼고 어떤 유약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 거침이 없다. 작품을 만들면서 실험도 계속한다. 그러자 몸이 많이 상했다. 그동안 체험과 작품활동을 병행하면서 집안일까지 하느라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고 한다. 전시실 입구에 준비한 갖가지 다과와 차에도 그녀의 철저한 준비정신과 맵찬 손끝의 바지런함이 느껴진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작가를 응원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강종말 작가는 김천에 마고촌이라는 작업실을 10여년 전에 마련했지만, 삼성전자대리점을 오랜 기간 운영해 온 남편(김부태 사장)과 함께 왜관이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작가는 대구공대 도자디자인과와 대구예술대 장식도자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계명대 예술대학원(도자전공)을 졸업했다. 지금까지 개인전 6회와 국내외 그룹전이 140여회에 이른다. 경북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특선 등 20여회 수상했으며, 계명대 미술대학 강사, 김천 세계도자기박물관, 성가양로원, 푸름터 도예강사로 활동했다. 경북도예협회, 흙과나, 대구도예가회, 김천 미술연구회 회원이며, 현재 강종말 도예연구소와 농촌교육농장 마고촌을 운영하고 있다. 칠곡군 중증장애인 자립지원센터 도예 봉사(16년)와 대한적십자사 왜관봉사회에서 30년 넘게 봉사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학국박물관, 중국 경덕진 주천 도자미술관, 김천 세계도자기박물관, 중국 치박시립박물관, 중국 성도명월도예촌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