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13.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왜 어떤 민족들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인들엑 도태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을까?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인류 문명의 쇠락에 대한 수수께끼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책으로, 199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수상했습니다. 인류 문명이 대륙별, 민족별로 불평등해진 원인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명쾌하게 분석한 책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생리학, 조류학, 지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점점 확장해 갔으며, 라팅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수개 국어를 구사하며 저서 <제3의 침팬지>로 영국 과학출판상, 미국의 LA타임스 출판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미국과학아카데미, 미국철학협회 회원이며, 미국지리학회에서 주는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p16 프롤로그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푼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지리 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과연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p399-403 도둑 정치가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법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도둑 정치는 항상 전복당할 위험을 안고 있다. 더러는 짓밟힌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기도 하고 더러는 새로운 도둑 정치가가 나타나서 앞으로는 도둑질한 열매를 더 많은 비율을 대중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대중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 한 예로, 하와이의 역사는 억압적인 추장에 대한 반란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란의 대부분은 추장의 동생들이 억압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일으켰다. 물론 옛날의 하와이라는 상황에서 볼 때 이것은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투쟁 때문에 현대 세계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극이 초래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리 우스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배자가 평민들보다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금을 막론하고 도둑 정치가들은 다음 네 가지 해결책을 혼합해서 사용했다.
첫째, 대중을 무장 해제하고 엘리트 계급을 무장시킨다. 요즘처럼 무기 제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는 이 방법이 훨씬 더 쉬워졌다. 옛날에는 집에서도 창이나 곤봉 따윌ㄹ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산업화된 공장에서만 생산할 수 있으므로 지배자가 간단히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거둬들인 공물을 대중이 좋아하는 일에 많이 사용하여 재분배함으로써 대중을 기쁘게 한다. 이러한 원칙은 오늘날 미국의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하와이의 추장들에게도 쓸모가 많았다.
셋째, 무력을 독점하여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폭력을 억제함으로써 대중의 행복을 도모한다. 이 방법은 비록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앙 집권적인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에 대하여 갖고 있는 크나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넷째, 도둑 정치가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마지막 방법은 도둑 정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구성하는 것이다. 무리와 부족은 이미 현대의 기성 종교와 마찬가지로 초자연적 신앙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무리아 부족의 초자연적 신앙은 중앙 집권적 권위체나 부의 이동을 정당화하거나 서로 무관한 개인들 사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었다. 초자연적 신앙이 그와 같은 기능들을 획득하고 제도화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략)
제도화된 종교는 도둑 정치가들에게 부가 이동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일 말고도 중앙 집권적 사회에 두 가지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첫째,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공유하고 있으면 서로 무관한 개인들이 서로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된다. 친인척 관계가 아니더라도 유대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사람들에게 유전적인 이기심을 떠나서 타인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 구성원 몇 명이 싸움터에서 전사함으로써 전체 사회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회를 정복하거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p406-408 국가는 부족이나 추장 사회보다 강력한 통치 체제를 가진다
지난 13000년에 걸친 인류 사회의 현저한 추세는 작고 덜 복잡한 사회 단위에서 점점 더 크고 복잡한 사회 단위로 바뀌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간에 걸친 평균적 추세일 뿐이고 실제로는 양방향으로 무수한 변천이 되풀이되어 왔다.
매일 오는 신문을 통해 우리는 큰 사회 단위(예를 들면 예전의 소련,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가 해체되어 여러 개의 작은 단위로 나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0여년 전 알렉산더 대왕이 마케도니아 제국도 그러했다. 그리고 더 복잡한 단위가 반드시 덜 복잡한 단위를 정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굴복하기도 한다. 가령 로마와 중국의 제국들은 각각 야만인과 몽골의 추장 사회에 침략당했던 것이다. 그러나어쨌든 장기간에 걸친 추세는 크고 복잡한 사회 쪽으로 진행되어 국가 단위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국가와 그보다 단순한 사회가 충돌할 때 대개 국가가 승리를 거두는 한 가지 이유는 무기류를 비롯한 기술들이 더 우수하며 인구도 더 많다는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추장 사회와 국가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이점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중앙 집권화된 결정권자가 있으면 군사력과 물자가 집중된다는 점, 둘째, 국가는 공인된 종교를 퍼뜨리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로 말미암아 군대는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는 점이다.
현대 국가에서도 학교, 교회, 정부 등이 국민들에게 이 같은 희생 정신을 강력히 주입시키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런 태도가 인류 역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변화임을 흔히 잊어버린다. 모든 국가에는 국민들에게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죽을 수도 있는 마음 자세를 종용하는 표어가 있다. 영국에서는 ‘국왕과 조국을 위하여’, 스페인에서는 ‘신과 에스파냐를 위하여’라는 식이다.
이 같은 정신은 무리 사회나 부족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략) 당연한 일이겠지만 애국심이나 종교에 광적으로 도취된 사람들이 무서운 적이 디는 까닭은 못된 적을 전멸시키기 위해서는 아군의 일부가 죽어도 좋다는 모진 마음가짐 때문이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정복 전쟁에서 나타나 것과 같은 광신적 행동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추장 사회가 생기기 시작한 이후, 특히 지난 6000년 사이에 국가들이 탄생하면서부터였다.
p412-413 집약적 식량 생산과 사회의 복잡성은 상호 자극 관계
앞서 우리는 대규모 인구 또는 조밀한 인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량 생산이라는 조건이 충족되거나 적어도 수렵 채집의 생산성이 각별히 높은 지역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서 식량 생산은 적옫 세 가지 측면에서 복잡한 사회에 기여한다. 첫째, 식량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은 철 따라 변동이 심하다. 일단 수확한 식량을 저장한 뒤에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적 권위체가 농경민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하여 국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공공 토목 공사(이집트의 피라미드 따위) 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공공 토목 공사(관계 시설이나 양어장 따위)를 벌이거나 정복 전쟁을 일으켜 더 큰 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
둘째, 식량 생산이 잘 이루어지면 잉어 식량을 비축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전문화와 사회적 계층화가 가능해진다. 잉여 식량은 추장과 관료를 비롯한 엘리트 계급, 필경사와 기능인 등 식량을 생산하지 않는 전문가들, 공공 토목 공사에 동원된 농경민 등등 복잡한 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마지막으로 식량 생산은 사람들이 정주형 생활을 채택할 수 있도록, 또는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정주형 생활은 사람들이 소유물을 축적하고 정교한 기술이나 기능을 발전시키고 공공 토목 공사를 일으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행 조건이다. 이처럼 주거가 일정하다는 것은 복잡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교사들이나 정부가 뉴기니 또는 아마존에서 그때까지 접촉이 없었던 유랑형 부족이나 무리와 처음 접촉할 때마다 보편적으로 두 가지 당면 목표를 세우고 접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그 유랑민들을 ‘비폭력화’하는 것이다. 즉, 선교사나 관료 또는 서로를 죽이지 않도록 설득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유랑민들이 촌락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선교사와 관료들이 그 유랑민들을 찾아낼 수있고, 그들에게 의료혜택이나 학교 등을 제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들을 개종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p540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가축화, 작물화 경쟁력
더욱 명백한 지연 요인은 가축화, 작물화할 만한 야생 동식물의 문제였다. 제6장에서도 논의했듯이 수렵 채집민들이 식량 생산을 시작한 까닭은 까마득한 후손들에게 주어질 잠재적인 혜택을 미리 내다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초기의 식량 생산이 수렵 채집 생활에 비해 점점 더 많은 이점을 가직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에 비해 남북 아메리카에서는 초기 식량 생산이 수렵 채집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했는데, 거기에는 가축화할 만한 야생 포유류가 거의 없는 탓도 있었다.
p543 유라시아 문물 확산을 도운 동서 축 방향
다른 대륙들보다 유라시아가 앞선 출발을 하고 야생 동식물과 더불어 그 발전이 더욱 가속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아메리카에 비해 동물, 식물, 아이디어, 기술, 사람 등의 확산이 용이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지리적 생태적 요인 때문이었다. 아메리카의 남북 축과 달리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므로 위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 변화를 겪지 않고도 각종 문물이 확산될 수 있었다. 유라시아의 동서 너비가 전체적으로 넓은 데 비해 신세계는 중앙아메리카, 특히 파나마에서 폭이 좁아졌다. 더구나 아메리카는 식량 생산이나 조밀한 인구에 적합지 않은 지역이어서 그 분열이 더 심했다.
p609 원주민들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으 역사는 현대 세계에 유익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즉 상황은 변하는 것이며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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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건너온 소수의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거의 멸종시킨 과정은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의 소멸 과정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은 발달된 무기, 즉 총과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면서 전염병이 수시로 발생했고, 그것을 겪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연 면역력을 갖게 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런 전염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세균에 노축되었을 때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은 농기구나 운반 등 농경을 통한 잉여 산물을 비축하도록 했고, 부는 국가를 이루었고, 부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도록 했습니다. 힘이 없고 약한 나라는 도태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었고, 강하고 힘이 센 나라만이 살아 남았습니다. 약육강식. 그것이 엄연히 이 세상을 지배해왔습니다. 현재도 그런 논리 속에서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