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참외원예농협 공판장에서 경북 들소리 한마당이 비가 오는 가운데 열렸습니다.
(사)풍물마실이 기획·연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성주들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이번 공연은, 2026년 경상북도 문화예술분야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지역 전통의 농요(들소리)의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이날 공연에 문경 모전들소리보존회와 예천 공처농요보존회, 성주 들소리보존회가 참여해 조상들이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함께 힘을 모아 공동작업을 해나갈 때 소리(노래)를 통해 조직적이고 속도감있게 일을 진척시킨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한마당 잔치였습니다.
첫무대로 (사)풍물마실의 영남성주 지신풀이(조상용 명인 지음)가 시작되자 참여자들이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절을 올렸습니다. 성주풀이는 성주신에게 가정의 번영을 축원하는 무가로, 고사소리(비나리) 또는 민요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고사란 가정이나 집단의 안녕과 번영을 축원하는 제사를 가리키며, 말이나 축문을 올리기도 하지만 소리로 축원하는 고사소리로 올리기도 합니다.
다음 무대에 오른 문경 모전들소리는, 2017년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20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됐습니다. 모전들소리는 산악지역의 노동요와 들판에서 농사철에 부르던 농요를 함께 부르며, 총 10마당, 17가지 소리로 구성된 문경 유일의 전통 농요입니다. 모전천을 따라 영강을 거쳐 낙동강까지 이어지는 넓은 곡창지대가 형성된 문경은 많은 주민들이 농업을 주로 했으나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악지형이 형성되어 석탄, 벌목사업 등이 융성하며 농요와 노동요가 성행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산업화, 기계화되면서 노동현장에서 거의 사라진 소리를 모전농악단을 중심으로 전승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모전들소리는 전체적으로 동부민요의 특징인 메나리조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경상도 지역의 특징인 덧배기 장단처럼 흥청거리는 멋도 있습니다. 전승자들은 모전동의 토박이들로 이 지역만의 순수한 가사와 가락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습니다.
메나리조는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의 민요와 무가에서 두루 쓰이는 독특한 선율로, 미, 솔, 라, 도, 레의 오음(五音) 음계로 구성되어 있고, 주요음은 미, 라, 도입니다. <강원도 아리랑>, <정선 아리랑>, <한오백년>, <쾌지나 칭칭 나네>, <옹헤야> 등 경상도와 강원도, 충북 지방의 풀피리(호돌기) 가락, 강원도와 충청도의 고삿소리, 범패 등에 쓰입니다.<네이버 지식사전>
덧배기장단은 덧배기춤의 기본이 되는 장단으로, 굿거리장단과 유사하게 잔가락을 많이 넣지 않고 주로 원박(정박) 위주로 연주합니다. 굿거리장단의 속도 변화에 따라 덧배기장단이나 자진모리장단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합니다. 자진모리장단은 판소리나 산조 장단의 하나로, 휘모리장단보다 좀 느리고 중중모리장단보다 빠른 속도로, 판소리에서는 한 내용을 길게 나열하거나 극적이고 긴박한 대목을 묘사할 때 쓰이는 장단입니다.<네이버 지식사전>
모전들소리는 모심는 소리, 논둑다지는 소리, 모내기 소리, 참먹을 때 소리 등 농요뿐 아니라 땅을 개간하거나 수로를 팔 때 불렀던 가래질소리, 여기서 나온 바위나 나무를 옮기면서 부르던 목도소리 등 노동요도 전승하고 있으며, 다른 마을 사람들과 한바탕 힘을 겨루는 장정 깃발싸움놀이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
 |
|
|
뒤이은 예천 공처농요는 1986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된 전통있는 농요로, 1992년 제3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예천 공처농요의 전승지인 공덕리는 넓고 비옥한 낙상평야의 동쪽 기슭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예천읍과 공덕리 사이에는 내성천과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예천읍과는 왕래가 적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웃 예천읍의 농요와 조금도 혼합되지 않고 오직 이 마을에만 존재하는 독특하고 순박한 농요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모심기노래에서 타작소리까지 논농사의 단계마다 농요가 있고, 가락의 짜임새는 진사대, 짜른사대, 어루사대, 햇소리로 되어 있어 이 4단계 창법의 구성은 마치 판소리의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와 거의 비슷합니다.
<진사대>가 제일 길며, 뒤로 갈수록 메기고 받는 선율이 짧아집니다. <진사대>는 본격적으로 논을 매면서 부르는 소리로, 논이 넓으면 여러 번 반복해 부릅니다. <짜른사대>는 작업량이 약 1/3 정도 남았을 무렵에 부르며, <진사대>보다 여음과 사설이 짧습니다. <어루사대>는 논매기가 거의 마무리될 단계에서 부르는데, 사설이 짧고 소리가 빠르며 흥겹습니다. <햇소리>는 ‘진햇소리’와 ‘짜른햇소리’로 구성되며, ‘쌈 싸는 소리’라고도 불립니다. <논매는 소리> 중 가장 흥겨운데, 논매기를 마무리 할 때 일꾼들이 쌈 싸듯 원을 그리며 춤을 추면서 부릅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예천 공처농요의 뒷소리는 다른 지방민요의 뒷소리와 판이하게 다른데, 모음인 아, 어, 오, 우, 이, 에의 순서로 부릅니다. 이는 모음의 최대개구음부터 시작해 최소개구음에 이르는 구조로, 이는 민요의 원시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앞소리와 뒷소리의 여음이 길게 흐르는 것도 예천 공처농요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개구음은 모음을 발음할 때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입만 벌리고 내는 소리입니다.<네이버 지식백과>
마지막으로 성주 대장들소리는 2023년 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23년 성주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성주 대장들소리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대장리 일대에서 땅을 고르고, 논에 물을 대거나 모를 심고, 논을 맬 때 부르는 농요입니다.
어사용, 보리타작 소리, 망깨 소리, 가래질 소리, 물푸는 소리,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방아 소리, 칭칭이 소리로 구성되며 농사의 전과정이 뚜렷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사용은 경상도 산골에서 장가가지 못한 머슴이 산에 올라 나무하면서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구슬픈 사설로 이루어진 농요입니다.<네이버 지식사전>
2009년 성주문화원과 성주군 풍물연합회가 주관한 성주가락찾기 사업으로 초전면 대장리의 이사준 옹(현재 작고)에게 풍물가락과 함께 모심는 소리와 논매는 소리를 확인했고, 이후 발굴 사업을 통해 2014년 시연회를 갖고, 2016년 보존회를 설립해 현재에 이릅니다.
경북 민요의 특징인 모심는 소리와 논매는 소리가 두루 발달한 점, 어사용의 존재, 칭칭이 소리 등이 성주 대장들소리에도 나타납니다. 또 1년 농사 과정을 모두 담고 있고, 특히 물푸는 소리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독특한 소리입니다. 성주들소리보존회는 해마다 ‘백중-들song 날song 콘서트’를 개최하며, 지역민을 중심으로 농요의 전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사)풍물마실은 경상북도 전문예술법인으로, 풍물, 소리, 춤, 재담 등 민족예술의 종합적 양식을 통해 민속굿이 가지는 대동의 신명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여 미래적 가치를 열어가는 굿패입니다. 전국을 무대로 마당굿, 창작극, 풍물놀이, 타악합주, 탈놀이 등 다양한 공연과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 성밖숲 야외무대에서 들소리 한마당이 열렸다면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전통의 농요를 관람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각 보존회의 회원들이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적어 앞으로 전통 농요의 전승이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아울러 공연을 인근 칠곡호국평화축제에서도 선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칠곡호국평화축제도 좀 더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고, 경북 들소리 한마당도 보다 많은 관람객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