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14. 문경현감 신길원
신길원(申吉元, 1548~1592)의 자는 경초(慶初)요, 본관은 평산(平山)인데 고려의 개국공신 장절공 숭겸(壯節公崇謙)의 후예다. 사헌부 지평을 지낸 신국량의 아들로 45세에 사마시에 급제하여 진사가 된 후에 태학의 추천으로 참봉을 거쳐 1590년에 문경현감이 되었다.
그가 문경현감으로 재직 중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일본군 제1군이 1592년 4월 27일 문경으로 공격해오자, 그는 관군 수십 명을 거느리고 항거하다가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되었다.
일본군 장수가 그에게 항복을 권유했으나 신길원은 굴복하지 않고 왜장에게 항거하다가 결국엔 사지를 절단당하여 순국하였다. 왜장도 조선에 이와 같은 애국자가 있음을 감탄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선조임금께서는 그에서 좌승지를 증직하고 그의 충절을 기렸다.
그 후 백여 년 후인 1706년(숙종 32) 3월 조정에서는 문경현감 신길원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충렬비를 세우고 또한 ‘삼강행실록’에 그 충절을 실어 널리 선양토록 했다.
충열비는 사각 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지붕돌을 올린 모습이다. 비신은 높이 190cm, 너비 89cm, 두께 27cm이다. 비신의 정면에는 해서체로 ‘현감 신후길원충렬비(縣監申侯吉元忠烈碑)’라고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작은 글자로 행장이 기록되어 있다.
현감 충렬비는 원래 문경읍내 문경초등학교 옆에 있던 것을 1976년에 문경 제1관문 안의 비석군(碑石群)으로 옮겼다가 1981년 문경 유림의 진정에 의해 현재 위치하고 있는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옆에 도로변에 있으며, 보호각을 세워 비석을 보존하고 있다.
충렬비는 1981년 4월 25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5호로 지정되었다.
<현감 신길원 충렬비>
충신은 반드시 효자 집안에서 구한다더니 신길원(申吉元) 현감의 경우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공은 어려서 이미 효성이 지극하여 자기 손가락을 자른 피를 약에 섞어 어머니를 연명케 하였고 열네 살에 아버지 상을 당하여 슬피 울며 삼년상을 마치니 보는 이가 눈물을 흘리었다. 이러한 효행이 알려져 선조(宣祖)가 효자 정문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병자년에 사마시에 합격한 뒤 태학의 추천으로 참봉 벼슬 등을 거쳐 문경현감이 되어 백성을 정성으로 다스리고 항상 성리학의 책을 읽어 규범으로 삼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문경으로 왜적이 다가오자 모두 형세 불리함을 들어 피하기를 권하였으나 공은 소리 높여 말하되 내가 맡은 고을이 곧 내가 죽을 곳인데 어찌 피하리오 하고 적은 군사를 독려하더니 적병이 이르자 달아나지 않은 이가 없고 홀로 종 하나만이 가지 않고 있거늘 의관을 바로 하고 관인을 차고 앉으니 적병이 칼을 빼어 들고 속히 항복하라고 협박하였다.
공은 손을 들어 목을 가리키며 내가 너를 동강내어 죽이지 못함을 한탄하니 빨리 죽여서 나를 더럽히지 말라 하니 적병이 성내어 먼저 한 팔을 자르고 계속 위협하였으나 공은 얼굴빛도 바꾸지 않은 채 꾸짖기를 마지않으니 마침내 살을 발라내는 모진 죽음을 당하였다.
때는 4월 27일이요, 나이는 마흔다섯이었다. 사람이란 조그마한 이해가 있어도 지킬 바를 바꾸지 않는 이가 드물거늘 하물며 시퍼런 칼날 밑에서이랴. 공이야말로 충렬의 선비이다. 좌승지로 추증된 공의 자는 경초(慶初)요, 본관은 평산(平山)인데 장절공 숭겸(壯節公崇謙)의 후예이며 아버지는 사헌부 지평 국량(國樑)이다.
조선 숙종 32년(1706년)
전 사간원 정언 채팽윤(蔡彭胤) 撰
전 성균관 전적 남도익(南圖翼) 書
<신길원 현감 충열사>
제1관문에서 오른쪽 곡추이골을 따라 여궁폭포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300m 남짓 가면 뒤로는 주흘산 산자락이 감싸 안고 앞에는 개울물이 흐르는 양지바른 곳에 신길원 현감의 충절을 기리는 충열사가 자리하고 있다.
충렬사는 1826년(순조 26)에 당시 문경현감 홍노연과 지방유림이 문경읍 교촌리 소재하는 문경향교 앞에 건립했었는데 1857년(철종3년)과 1981년에 중수했으며 그 후 1999년에 현재의 위치인 곡추이골 초입에 옮겨지었다.
충열사에서는 신길원 현감의 살신호국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유림에서 매년 향사를 봉행하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