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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책 이야기

쉽고 유쾌하고 통렬한 인류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조진향 기자 입력 2026.02.16 09:52 수정 2026.02.16 10:07



사피엔스, 유발 노아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23.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의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된 것은 불과 500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p33-34.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유인원의 한 속으로서 ‘남쪽의 유인원’이란 뜻이다. 약 200만 년 전 이들 원시의 남성과 여성은 고향을 떠나 여행을 시작해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넓은 지역에 정착했다. p35.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흔히 말하는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했다. p36.

 아시아의 좀 더 동쪽 지역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이들 ’똑바로 선 사람‘은 그 지역에서 200만 년 가까이 살아남아, 가장 오래 지속된 인간 종이 되었다. p36.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
 사실은 이렇다. 200만 년 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왜 안 그랬겠는가? 오늘날에도 불곰, 흑곰, 북극곰 등 수많은 종류의 곰들이 살고 있지 않은가. 한때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사실은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p37

 인간의 여러 종은 차이가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 우선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뇌가 예외적으로 크다. 무게가 60kg인 포유동물의 뇌는 보통 200㎤인데 비해, 250만 년 전 살았던 가장 초기의 인류는 뇌 용적이 600㎤였고, 현대의 사피엔스는 평균 1200~1400㎤에 달한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이보다 더 컸다. p38.

 고인류는 뇌가 커지면서 두 가지 대가를 지불했다. 첫째. 식량을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둘째, 근육이 퇴화했다. 인간의 또 다른 이례적 특징은 직립보행이다. p38-39.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자궁에서 나올 때, 말하자면 유약 발라 구운 도자기 같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재성형하려면 긁히거나 깨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간은 용광로에서 막 꺼낸 녹은 유리덩어리 같은 상태로 자궁에서 나온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가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p40

먹이사슬에서 호모 속이 차지하는 위치는 극히 최근까지도 확고하게 중간이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자기보다 작은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취해왔으며 지속적으로 대형 포식자에게 사냥을 당해왔다. 인간으리 몇몇 종들이 대형 사냥감을 정기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만 년 전부터였고,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뛰어오른 것은 불과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중간에서 꼭대기로 단숨에 도약한 것은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p41.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 p51.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사피엔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매우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p60-61.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은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미래의 몇 해나 몇십 년이라는 세월 속으로 상상의 항해를 떠났다. p163.

 농부들이 미래를 걱정한 것은 단순히 걱정할 이유가 더 많았을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이들은 농부가 생산한 잉여식량으로 먹고살면서 농부에게는 겨우 연명할 것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p164.

 역사상의 전쟁과 혁명 대부분은 식량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로마의 정치질서가 붕괴해서 일련의 치명적 내란이 일어난 것 또한 부가 절정에 이르렀던 바로 이 시점이었다. p166.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상호 주관이란 많은 개인의 주관적 의식을 연결하는 의사소통망 내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p187-188.

 인지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가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p250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인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p259

 인간은 신들에게 탄원할 수 있었고, 신들은 예배와 제물을 받는다면 항송하게도 비, 승리, 건강을 내려줄 수 있었다. p314

 3세기에 걸친 모든 박해의 희생자를 다 합친다 해도,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들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몇쳔 명을 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후 1500년간 기독교인은 사랑과 관용의 종교에 대한 조금 다른 해석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기독교인 수백만 명을 학살했다. p319

 사실 일신론 신학은 최고신 이외의 모든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감히 그런 잡신들을 믿는 자에게는 지옥불과 유황을 퍼붓는 경향이 있다.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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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대폭발(빅뱅)부터 지구에 미생물이 생겨나고 단세포, 다세포 생물이 생겨나서 생물종이 다양해지고 진화하거나 멸종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지구의 역사 가운데 인간의 역사를 중심으로 쉽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어떻게 해서 사피엔스종인 인간들이 이 지구를 독차지하다시피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나름의 견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꼭 하라리의 견해가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답은 없지요. 왜냐하면 역사시대 이전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일부만 화석이나 암각화, 뼈조각으로 추정할 따름이니까요.,역사 시대라 하더라도 역사서는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승자의 시각에서 기록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명쾌하게 지적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사실이나 기록, 생각의 오류에 대해 덧붙여 설명합니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인간의 감정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십여 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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