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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뜰 책 이야기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미오기傳, 김미옥

조진향 기자 입력 2026.07.07 20:49 수정 2026.07.07 21:00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미오기傳, 김미옥 지음, 이유출판, 2024. p279.


프롤로그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쓰고 맵고 아린 시간에 열을 가하자 순한 맛이 되었다.
나는 술래잡기하듯 아픈 기억을 찾아내 친구로 만들었다.
내 과거를 푹 고아낸 글, 곰국은 이렇게 나왔다.
...
서글픈 기억이 다시는 내 인생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쓰다 보니 웃게 되었고 웃다 보니 유쾌해졌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운은 어쩔 수 없어도 성격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 무서운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2024.4. 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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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모진 세상을 억세게 살았고 노점상이나 보따리 장사를 하면서 손님과 시비가 붙으면 거나한 욕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했다. 우선 상대방의 집안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조상을 쌍놈이나 후레자식으로 만들어 가문에 먹칠을 했고, 그 다음 인체의 신비를 이용해 구석구석 세심하게 기운을 뺐다. 쎄가 만발하고 눈까리가 썩어 문드러지며 대가리를 절구에 빻는 것. 최종적으로 동반자살을 노래하는 것 ‘오늘 너 죽고 나 죽자’로 

 엄마 고향은 부산이지만 경기도에서도 오래 살아 욕이 경상도와 표준어의 경계를 마음껏 넘나들었다. 그렇게 들은 욕설을 학교에서 그대로 써서 선생님을 기함하게 만들고 여자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통곡하게 만들었다. 오빠들의 육탄전과 욕설을 매일 보고 듣고 자라 온갖 동물과 신체 부위의 새끼들은 다 들먹였다.

난 16살부터 엄마와 형제들과 떨어져 10여 년 자취생활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단어 선택을 신중히 했고, 아름다운 문장에 심취했다.  <슬기로운 언어생활 중에서>

노원구 하계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 때 복부인 사촌언니가 딱 한 달만 자기가 사둔 집에 거주해 달라고 했다. 재개발이 되는데 사람이 살아야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는 것. 그 집에서 클래식 방송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한달이 되어 짐을 챙기는데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누군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나서 일어나니 머리가 긴 젊은 여자가 이불 보따리 위에서 울고 있었다. 얼굴에 눈물이 흥건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왜 우느냐 물으니 여자는 너가 이사를 가면 자기는 또 혼자라고 했다. 네가 있어 그동안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했다. 나는 두말않고 이불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불처럼 눕혀서 다시 보따리를 쌌다. 같이 가자. 다음 날 그 집을 떠났다. <타인의 흔적2 오! 나의 귀신님>

고부간의 갈등은 바로 인식의 차이에 있었다. 남자가 아닌 아들과 아들이 아닌 남자의 괴리였다.

고독한 영혼의 기구한 삶에 대해 미루어 짐작만한다. 젊은 나이에 자식을 낳다 세상을 떠났으면 환영받지 못한 인생이었다는 것. 나는 내가 인계받은 영혼을 웃게 해주려 최선을 다한다. 살아서 슬펐다고 죽어서까지 슬퍼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사후의 삶은 명랑해야 한다. 산자의 농담에 죽은 자들이 허리를 접으며 웃는 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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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최근 읽은 책 중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추천해 준 책.
활자로 곰국을 끓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면 활자중독자라는 별칭까지 있을까. 하루에 2권의 책을 읽고 1년이면 800권의 책을 읽는다는 그녀. 자칭 타칭 활자중독자라는. 그녀의 글을 읽고 싶었고 그녀가 살아낸 삶의 궤적이 궁금했습니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에 이름에 얽힌 이야기, 엄마와 아버지의 결혼 서사 그리고 7남매를 두고 먼저 떠난 남편을 대신해 억척으로 자식들을 길러낸 엄마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 한국문학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어버렸다는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읽을 책이 없었거든요. 도서관이라는 곳도 몰랐고요. 그래서일까 그녀는 삶에 대한 자신만의 지혜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보는 관점이 남다릅니다. 이 책에서는 통각점이 높은 이야기를 골라쓴 점묘화라고 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명랑한 그녀와 함께 웃었습니다. 분명 슬픈 글인데 슬프지않게, 회한을 안고 있는 이들에 대한 포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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