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시점이다. 올바른 인격 형성과 창의성,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견하는 시기로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 나아가 사회관계를 배워가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담임선생님을 배정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교장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장동현 성주중앙초 교장선생님을 만나 교육에 대한 철학과 교장선생님의 역할 등 교육자로서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 교육자가 되신 지는? 처음부터 교육자의 꿈을 갖고 계셨는지?
1985년 예천군에서 교직을 시작해 만35년이 지나 36년째다. 어린 시절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8남매(4남 4녀)의 여섯번째 아들로 집안여건이 어려웠다. 돌아보면 제게 있던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끼를 발견하신 선생님이 계셨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부모님은 초등학교 6년 내내 한번도 학교로 찾아오실 여력이 없었다. 당시에는 가정형편이 나은 집 엄마들이 학교에 찾아와 빵과 음료수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해주셨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한반에 70명이었다. 당시에는 교수학습 도구가 선생님 교육 자료에 의지했다. 선생님이 칠판 가득 쓰면 따라 적었는데 선생님이 그 역할을 저에게 맡겼다.
제가 칠판에 쓰면 친구들이 따라 적었다. 그 대신 선생님은 마칠 때 항상 그 책을 주시면서 집에 가져가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저는 엄청 우쭐해졌고, 애들은 그런 저를 부러워했다.
또 선생님 댁이 학교에서 2-3km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그 당시는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선생님이 도시락을 안 가져오거나 집에 뭔가 두고 오신 날은 꼭 저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자전거 열쇠를 주시면 키가 작은 제가 선생님의 짐발이 자전거를 타고 댁까지 가서 도시락을 챙겨오고 선생님 물건을 받아온 적이 숱하게 많았다.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제가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교장이 되고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체육대회에 큰맘 먹고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초등학교 교장인 제가 대화의 중심이 됐다. 친구들이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에 우리는 힘들게 쓸 때 너는 칠판에 쓰고 선생님 책 가져갔지”하기도 하고 “그때부터 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어떤 끼가 있지 않았나? 선생님에게 아마 너가 돋보였나보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 제가 다른 아이들보다 정확히 자르고 붙이고 만드는데 재주가 있었다. 요즘은 컴퓨터대회가 있지만 그때는 그림그리기, 공작대회라는 만들기 대회가 있었다. 그때 제가 충주 남산초등학교 대표로 나갔다. 5-6학년 통틀어 6학년이 있음에도 5학년 때부터 제가 대표로 나갔다.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중학교 때는 학교가는 길목에 충주교육청이 있었다. 그 교육청 담장을 걸어가다 2층 창가를 올려다보면 초등학교 때 공작대회에 출전해서 제가 만들었던 다보탑이 전시돼 있었다. 스티로폴로 만들었는데 그 다보탑이 보이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그런 추억들이 참 많고 잊을 수가 없다.
그게 다 선생님이 저를 키워준 은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예는 노력하기도 했지만 타고난 재주도 중요하다. 그때는 누군가의 지도를 받은 적도 없다. 지금도 손으로 뭔가를 고치거나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는다.
□ 교육철학이 있으시다면?
며칠 전 성주군학생태권도 선수들이 감사패를 준비해서 전달하는 자리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저는 성공보다 성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시대에 교육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다 같이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다.
청소년 문제, 자살 문제, 이런 것들이 어른이나 사회, 학교가 최고만을 요구하다보니까 벌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만할 뿐이지 실천을 안 한다. 그래서 저는 학교가 바뀌는데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바뀌어야 되는 사람이 교장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바뀌는 것이 가장 빠르다.
제가 교장이 된 이상 저부터 먼저 움직이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한테 정 많고 푸근한 교장선생님이라는 소리는 못 듣는다.
선생님들은 편하게 해주는 교장을 좋아한다. 그런데 학교가 너무 편하게만 해주면 발전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하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편하면 안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
이곳은 교육기관인데 아이들한테 뭔가 득이 되려면 선생님들의 생각이 바뀌고 움직여야 한다. 선생님이 바뀌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교장이 바뀌어야 한다. 교장이 바뀌고, 교장이 요구해야 한다.
저는 선생님들에게 늘 학생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학생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선생님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지 안 되는지를 따지기 전에 내가 편하다 불편하다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항상 학생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결재를 하러 오면 선생님이 이렇게 계획했을 때 아이들한테 어떤 득이 되는지를 묻는다. 그러면 그에 대해 대답하는 선생님은 아이들에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머뭇거리는 선생님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학생을 중심에 두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성공과 성장의 이야기에서 너무 최고만을 추구하고 요구하다보니까 불편함이 생기고 아이들이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한번 꺾여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기는 무한반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다.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해라, 시험치면 백점 맞아라, 하나 틀리면 왜 틀렸냐? 따지는 부모 밑에서 크다보니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왜 꼭 백점만 맞아야 되나? 이 사회가 일등만 모여 사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 일등한 사람만 백명을 모아놓아도 그중엔 또 등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성공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두고 성장마인드를 가진 구성원들로 이뤄져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에서 특히 태권도 선수들에게 더욱 필요한 이야기라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피땀 흘리면서 훈련한다. 훈련장에 가보면 진짜 땀 냄새가 푹푹 난다. 그런데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면 저도 따라간다. 아이들 경기하는 거 보면 제가 막 진땀이 난다.
그런데 경기에서 이긴 아이는 땀이 만신창이가 돼도 얼굴이 환한데 진 아이는 울기 바쁘다. 우는 녀석을 보면 엄마나 아빠들이 함께 끌어안고 우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특히 운동하는 학생들은 오뚝이 같은 회복탄력성, 한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고무공처럼 탄력성이 필요하다. 딱딱한 유리공은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지만 고무공은 떨어진 만큼 튀어 오른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유리공보다 고무공처럼 떨어지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성공은 잘못하면 포기하고 좌절하고 모든 게 끝났다는 위험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성장은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성장의 기준은 나다. 나이기 때문에 나 자신과 비교하면 된다.
내가 오늘 이랬지만 내일은 어떻게 하면 될까?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은 어떻게 하면 될까? 나 자신과 비교하면 되는 거지 남하고 비교할 일이 뭐가 있는가? 성장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되는 거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면 되는 거다. 그래서 성장이 중요하다.
성공은 한도 끝도 없다. 이 만큼 올라와 보면 최고인줄 아는데 위에 또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면 끝이 없고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성장 마인드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성장 마인드를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살 때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졸업식 때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다. 성공과 성장의 차이점을 알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 성주군내 중.고등학생들도 성주중앙초 훈련장으로 와서 훈련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전혀 없다. 저는 태권도 훈련장이 성주중앙초등학교 훈련장이라고 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아니면 졸업을 안했더라도 이 지역에서 같은 종목의 운동을 하는 중·고등학생이 있다면 이 시설을 같이 이용해서 훈련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거기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게 얼마나 많은가? 동생들이 그것을 보고 배운다. 그러면 얼마나 쉬운 일인가? 특히 운동은 선후배 간의 룰, 형과 동생간의 룰이 있는데 그런 것을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익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에 원칙은 중·고등학교 선수들은 여기서 훈련이 안 된다. 여기는 성주중앙초 시설이니까.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발령을 받아왔을 때 강호동 코치가 저에게 와서 부탁했다. ‘교장선생님, 중·고등학교 겸임코치가 절실합니다’ 강 코치는 초등학교 코치지 중·고등학교 코치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에서 졸업시켜 중·고등학교로 진학시키고 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대회에 나가도 출장도 못 가고 힘이 돼주지 못한다. 그러면 그 아이들은 쉽게 말해 버려지는 거다. 그런 모습이 너무 안타까우니 교장선생님께서 겸임을 허락을 해주시면 제가 힘이 되겠다고 요구를 했고 제가 단번에 동의했다.
제가 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에 요구해 겸임 허가를 해줬다. 그래서 훈련장에 성주지역 중·고등학생들이 마음놓고 와서 훈련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대회에 나가면 강호동 코치가 따라가고 그럼으로써 선수들에게 큰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시합에 가면 우리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고 같이 훈련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참가하기 때문에 그들을 챙기고 격려하는 건 당연하고 마땅하다. 그러다보니 그 아이들도 저를 자기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생각하고 하나가 되다보니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곳에서 태권도를 연습해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선수를 여기서 챙기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태권도가 있는 다른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가던지 아니면 태권도를 그만 두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학생으로선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 초등학교 3·4학년을 뽑아 훈련시켜 경북체전이나 소년체전에 출전시키면 그 애들 목표가 소년체전에서 메달만 따는 게 목표는 아니다. 그건 그저 과정일 뿐이다.
6학년이라고 6학년까지만 태권도하고 끝내지 않는다. 중학교 가서도 하고 계속 해야 한다. 그러면서 태권도가 발전하는 거 아닌가? 그런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뒷받침 해주는 일은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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